동물실험없는 화장품의 좋은점
윤리적 화장품, 윤리적 K-뷰티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K-뷰티가 인기를 끌면서 이제 윤리적 화장품이 점점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윤리적 화장품에는 동물 실험 금지, 비건 원료, 공정 무역, 친환경 포장재, 환경에 지속가능한 원료 사용, 로컬 원료, 투명한 공급망 등 여러 분야가 있습니다. 이 중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높으면서도 가장 핫한 분야인 “화장품 안자극 테스트의 동물대체시험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의외로 많은 화장품들이 눈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개발 과정에서 생명체의 안구에 테스트를 해야 했었죠. 주로 토끼의 눈에 시험 물질(화장품이나 화학 물질)을 직접 넣고, 일정 기간 동안 눈의 손상 정도를 관찰합니다. 각막, 결막, 홍채 등의 부위에서 발생하는 자극을 살펴보고, 눈의 충혈, 부종, 혼탁 등 반응을 기록합니다. 말만 들어도 너무 잔인하지 않나요? 그래서 안자극 동물대체시험법이 등장하였습니다.
안자극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 화장품
전체 출시되는 화장품 중 40% 가량이 안자극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화장품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한가지 종류의 제품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는 모든 화장품 회사가 안자극 테스트를 해야만 한다고 할 수 있겠죠. 대표적인 제품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아이 메이크업 제품: 아이섀도우, 마스카라, 아이라이너, 아이브로우
– 페이스 메이크업 제품: 파운데이션, 컨실러, BB/CC 크림
– 스킨케어 제품: 페이스 크림, 페이스 오일, 페이스 마스크
– 헤어 케어 제품: 샴푸, 컨디셔너, 헤어 트리트먼트
– 클렌징 제품: 메이크업 리무버, 페이셜 클렌저, 비누
– 썬크림 제품: 페이스용 자외선 차단제, 멀티 유즈 자외선 차단제
– 기타: 베이비 로션 및 크림, 안티에이징 제품, 미스트/토너 등
동물실험 없이도 안전한 화장품
아무리 검증된 원료를 사용했더라도 안자극 테스트를 통과해야 화장품 판매가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과거에는 동물실험에 의존해야만 했습니다. 특히 눈이 큰 토끼를 대상으로 한 드레이즈 테스트(Draize Test)가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동물에게 큰 고통을 주기 때문에 동물 학대라는 비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시험법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2013년에 화장품 및 화장품 원료에 대한 동물실험을 전면 금지하였고, 노르웨이,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 많은 국가에서도 이러한 동물실험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16년 2월부터 화장품법을 개정하여,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이나 그 원료의 유통 및 판매를 금지하고, 안자극 동물대체시험법을 도입했습니다.
안자극 동물대체시험법의 혁신
안자극 동물대체시험법은 동물의 눈 대신 인체 각막을 모방한 모델을 사용하여 시험을 진행합니다. 이 시험법은 기존의 동물실험보다 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제공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개발된 인체 각막 세포 기반의 모델인 MCT(Multiplexed Cell-based Test)는 기존의 다른 인체 각막 모델에 비해 실험 소요 시간이 짧고, 추가적인 생체 지표 분석이 가능하여 화장품 개발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 모델을 이용한 안자극 동물대체시험법은 강한 자극성 물질뿐만 아니라 약한 자극성 물질까지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어 사람에게 발생할 수 있는 독성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윤리적 K-뷰티의 상징
한국의 안자극 동물대체시험법은 2021년 4월, OECD의 시험 가이드라인으로 채택되었습니다. 한국의 기술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앞으로 전 세계 화장품 산업에서 널리 사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동물실험을 줄이면서도 화장품 개발의 안전성을 높인 이 기술은, 윤리적 K-뷰티의 국제 경쟁력을 크게 높일 것입니다.
이제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새로운 시험법은 단순한 윤리적 선택을 넘어, 과학적 정확성과 산업적 효율성까지 고려한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안자극 동물대체시험법의 발전은 우리 모두에게 더 안전하고 윤리적인 소비 환경을 제공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실험과 시험의 차이
그럼 왜 동물”실험”이라고 하면서, 동물대체”시험”법이라고 할까요?
시험은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따라 수행되며, 결과는 보통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나타납니다. 시험의 목적은 새로운 발견이 아니라, 특정 조건 하에서의 결과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동물실험”은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한 연구적 과정이지만, “동물대체시험법”은 특정 기준에 따라 안전성과 같은 특성을 평가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용어의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임상실험이라고 하지 않고, 임상시험이라고 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