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 혈액검사 혈색소 높으면, 낮으면
건진 결과표의 첫장에 나오는 혈액검사는 어느 건진이던 필수로 들어가는 항목이죠. 우리는 정상이다, 아니다 정도로 알게 되는데요, 결과지를 자세히 보면, 기타로 되어 있거나, 아무것도 체크가 안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혈색소 수치가 조금 나쁘게 나와도 왜 나쁘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죠. 이렇게 건진 혈액검사는 가장 기본인데도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혈색소 정상 범위
혈색소는 헤모글로빈과 같은 말입니다. 혈색소는 적혈구의 주요 성분으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합니다.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혈색소 수치에 따라 건강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정상 범위를 벗어나 혈색소 수치가 높거나 낮게 나왔다면 그 의미를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겠죠.
- 남성: 13.0~17.0g/dL
- 여성: 12.0~16.0g/dL
혈색소 수치가 높다면
혈색소 수치가 정상 범위보다 높다면 여러가지 건강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탈수입니다. 탈수 상태에서는 혈액의 수분이 감소하면서 적혈구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집니다. 체내 수분 균형이 깨졌다는 신호일 수 있는데요, 특히 더운 날씨나 과도한 운동 후에 발생합니다.
또한, 다혈증(Polycythemia) 역시 혈색소 수치가 높아지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다혈증은 적혈구가 과도하게 생성되는 질환으로, 혈액의 점도가 증가하고,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깁니다. 다혈증은 1차성과 2차성이 있는데, 1차성 다혈증은 진성 적혈구 증가증으로 불리며, 골수 이상으로 인해 적혈구가 과다 생성됩니다. 2차성 다혈증은 산소 부족에 의해 발생하며, 고산지대 거주, 심장이나 폐 질환 등이 원인이 됩니다.
혈액이 과다하게 농축되면 어지럼증, 두통, 시력 장애와 같은 신경계 증상이 나타나는데, 혈액이 두꺼워져서 혈류가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혈압이 높아지면서 고혈압이 발생할 수 있으며 혈전증같은 합병증도 유발합니다. 혈전증은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부위에서 발생하는데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으로 발전될 위험이 큽니다.
흡연자들은 비흡연자에 비해 혈색소 수치가 높게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흡연은 체내 산소 공급을 방해하는데, 이를 보상하기 위해 적혈구 생산이 증가되면서 혈색소 수치가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금연을 하면 혈색소 수치를 낮추고,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이 개선됩니다.
고지대에 거주하는, 혹은 등반하는 사람들 역시 혈색소 수치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산소 농도가 낮기 때문에, 체내에서 더 많은 적혈구를 생산하여 산소 부족을 보상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시간을 갖고 적응할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혈색소 수치가 낮다면
혈색소 수치가 정상 범위보다 낮다면 우선 빈혈이 옵니다. 빈혈은 철분, 비타민 B12, 엽산 등 영양소 결핍으로 발생합니다. 영양소들이 부족해지면 혈액 속의 적혈구 수가 감소하고, 따라서 혈색소 수치도 낮아지게 됩니다.
특히, 철분 결핍성 빈혈은 가장 흔한 빈혈 유형으로, 체내 철분 부족으로 충분한 헤모글로빈을 생산하지 못할 때 발생합니다. 철분은 적혈구가 산소를 운반하는 데 필수적인 성분이므로, 철분이 부족하면 신체 각 부위로 산소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피로감, 어지러움, 숨 가쁨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혈색소 수치가 8g/dL 이하로 떨어지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이 정도로 낮은 수치는 단순한 영양 결핍이 아니라, 출혈이나 만성 질환, 또는 적혈구가 과도하게 파괴되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 빈혈 자체보다는 그 원인이 되는 질병을 찾는 게 더 중요합니다. 추가적인 혈액 검사나 다른 진단 검사가 필요합니다.
빈혈이 의심되는 경우 쇠고기, 해조류, 녹황색 채소, 우유, 달걀 등을 충분히 섭취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철분제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철분을 보충하는 데는 최소 3개월 정도 걸립니다.
참고로 철분 결핍성과 영양분 결핍성 빈혈이 있는데요, 둘다 혈색소가 부족해서 발생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철분 결필성은 철분 섭취 부족은 물론 출혈(월경과다, 소화기 출혈 등), 철분 흡수 장애 등이 원인인데 비해, 영양분 결핍성 빈혈은 영양분 자체가 부족하니까 적혈구가 미성숙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철분제는 보통 식간에 복용하는 것이 흡수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위장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식사 직후에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철분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는 카페인, 우유, 녹차 등은 마시지 않는 것이 좋구요. 철분 흡수를 돕기 위해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함께 섭취하는 것이 빈혈 관리에 효과적입니다.
철분제 선택
- 식사와 함께 복용: 철분제는 빈속에 복용하는 것이 흡수율을 높이지만, 빈속에 먹으면 속쓰림이나 소화불량이 생겨요. 이런 경우 식사 후에 철분제를 복용하면 소화에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 철분제의 종류 변경: 철분제의 성분에 따라 소화 불편감이 다를 수 있습니다. 설페이트(sulfate)계 철분이 아닌 구연산염(citrate)이나 글루코네이트(gluconate)계 철분제를 선택하면 소화가 좀 더 편할 수 있습니다.
- 복용량 나누기: 용량이 생각보다 많을 수 있는데요, 하루 복용량을 한 번에 다 섭취하지 말고, 여러 번 나누어 복용하면 소화불량이 덜할 수 있습니다.
- 비타민 C와 함께 복용: 비타민 C는 철분의 흡수를 도와줍니다. 철분제를 복용할 때 오렌지 주스 같은 비타민 C가 풍부한 음료와 함께 복용하면 흡수율이 올라가고 소화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제산제와의 간격 유지: 제산제나 칼슘이 포함된 음식은 철분의 흡수를 방해합니다. 철분제를 복용하기 최소 2시간 전후로 제산제나 칼슘이 들어간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설페이트 계열의 철분제는 무기물로 분류됩니다. 철(II) 이온과 황산 이온(SO₄²⁻)으로 구성된 무기 화합물이죠. 장점은 철분 함량이 높다는 건데, 단점은 높은 농도로 인해 위장 장애, 변비, 메스꺼움 등 소화기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흡수율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어요.
구연산염(Citrate) 및 글루코네이트(Gluconate)는 유기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구연산염은 철 이온과 구연산(C₆H₈O₇)이라는 유기산의 염이며, 글루코네이트는 철 이온과 글루콘산(C₆H₁₁O₇)이라는 유기산의 염입니다. 유기물인 이들 화합물은 무기물에 비해 체내에서 더 부드럽게 작용하고, 흡수율이 높습니다. 대신 철분 함량이 낮기 때문에, 먹어야 하는 양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참고로 철분제의 종류를 안내드립니다.